카메라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장비병이 있다. 때로는 내가 사진 찍는 행위를 좋아하는 것인지, 그저 기계로서의 카메라를 탐닉하는 것인지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한다. 라이카 Q는 이전 포스팅했던 [라이카 Q 1년의 사용기]와 [라이카 Q 흑백 사진의 깊이]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충분히 훌륭한 카메라다. 하지만 1년 정도 손에 익히고 나니 마음 한구석에서 고개를 드는 기변의 욕구를 잠재우기란 쉽지 않았다. 결국 솔직하게 '바꾸고 싶다'는 마음을 인정하고 나니 비로소 평온이 찾아왔다. 남은 것은 실행뿐이었고, 내 앞에는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는 후보군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고민의 후보들
후보 1. 꿈의 종착지, 라이카 M 바디
"무릇 라이카의 끝은 M이다"라는 말처럼, 나 역시 언젠가는 입성해야 할 성지처럼 여겼던 바디다. 하지만 현실적인 벽이 너무나도 높았다. 바디 가격도 만만치 않지만, 렌즈를 별도로 구비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큰 압박이었다. 보이그랜더나 라이트 렌즈 랩(Light Lens Lab) 같은 개성 있는 서드파티 브랜드들이 훌륭한 렌즈를 선보이고 있지만, 결국 '라이카 바디에는 라이카 렌즈'를 물려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았다. 라이카 바디에 라이카 렌즈라니 감당 못할 가격이다.
설령 예산이 허락했더라도 수동 초점(MF)에 대한 부담이 발목을 잡았을 것이다. 오롯이 손끝의 감각으로 초점을 맞추는 쾌감은 분명하겠지만, 곧 태어날 아이의 찰나를 담아야 하는 아빠의 입장에서 M은 사치에 가까웠다. 결국 M은 다음을 기약하며 명단에서 제외했다.
후보 2. 디자인의 정수, 라이카 D-LUX8
가장 최근에 출시된 라이카 D-LUX8의 디자인은 가히 역대급이다. Q시리즈와 디자인 언어를 공유하며 비로소 완성된 '라이카 패밀리룩'은 보기만 해도 소유욕을 자극한다. 여기에 줌 렌즈의 편의성까지 더해졌으니 전천후 스냅기로서의 가치는 충분해 보였다. 소프트웨어 역시 라이카의 최신 색감 모드를 그대로 품고 있어 진정한 라이카로 거듭났다는 평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마이크로포서드 센서를 경험해 본 적이 없다. 풀프레임과 크롭 센서 사이에서도 체급 차이를 확연히 느꼈던 터라, 그보다 더 작은 센서로 내려가는 것에는 심리적 저항선이 존재했다. 결국 "선세의 크기가 곧 행복의 크기"라는 사진계의 격언을 외면할 수 없었고, 결과물에 대한 갈증을 채워주지 못할 것 같아 후보에서 내려놓았다.
후보 3. 익숙하고 매력적인 후지 X100VI
후지 X100V는 라이카 Q로 넘어오기 이전에 내가 오랫동안 사용하던 기종이다. X100V 이외에도 후지필름의 다양한 모델을 써봤기 때문에 그 매력은 익히 알고 있다. 후지만의 독보적인 색 재현력과 35mm라는 매혹적인 화각, 그리고 4,000만 고화소를 활용한다면 50mm까지도 충분히 대응이 가능했다. 무엇보다 Q를 판 돈이면 추가 지출 없이 기변 할 수 있다는 점은 이성적으로 완벽한 선택지였다. 하지만 기왕이면 라이카를 더 써보고 싶었다.

최종 결정은 라이카 Q2
결국 나의 선택은 라이카 Q2였다. 28mm라는 화각은 여전히 나에게 풀기 어려운 숙제 같았지만 Q2는 그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을 명확한 이유들이 있었다.
- 4,730만의 압도적인 고화소: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Q2의 핵심이다. 고화소 덕분에 28mm가 넓게 느껴지면 주저 없이 35mm로 찍으면 된다. 라이카 Q2는 디지털 줌 기능을 통해 75mm까지 대응이 가능한데, 35mm로 크롭해도 풀프레임의 심도를 유지하면서 여전히 충분한 화소수를 확보해 주기에 Q1의 원본보다도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 익숙한 조작감: Q와 거의 동일한 하드웨어 구조 덕분에 손에 익히는 별도의 적응 기간이 필요 없다는 점은 큰 메리트였다.
- 현실적인 타이밍: Q3가 출시되면서 중고 가격이 매우 매력적으로 변했다. 한때 500만원이었던 시세가 400만원 초반대까지 내려오면서, 예산 범위 내에서 실현 가능한 업그레이드가 됐다. 카메라는 역시 중고로 사는 것이다.
- 아이를 위한 선택: 아이가 태어나면 오히려 28mm의 넓은 화각이 실내나 풍경 속 아이를 담기에 유리할 수 있다. 또한 Q2부터 지원되는 강력한 방진, 방적 기능은 야외 활동이 잦아질 아빠 유저에게 커다란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그래서 업그레이드를 해보니까 (Q vs Q2)
냉정하게 말해, 결과물에서 화소수를 제외하면 극적인 변화를 체감하기는 어렵다. AF 성능은 '라이카 치고는' 준수하지만, 빠릿빠릿함과는 거리가 있다. 소니 같은 브랜드에 비하면 부족하다. 내추럴, 경조흑백 등 다양한 색감을 설정할 수 있게 됐지만, RAW 촬영 후 후보정을 거치는 유저들에게는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아닐 것이다. 라이카 유저들 대부분 RAW 파일로 후보정을 하는 편이다.
Q2의 진가는 의외의 곳에서 나타났다. 바로 인터페이스다. 최신 펌웨어 업데이트를 거친 Q2는 Q3와 거의 동일한 UI를 제공한다. 외관 디자인도 큰 차이가 없으니 마치 신형 바디를 사용하는 것 같은 만족감을 준다.

Q에서 Q2로 업그레이드, 내 생각은
나는 35mm 화각을 고화질로 쓸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고 느낀다. 28mm가 넓어 프레임을 채우기 버거웠던 유저들에게 Q2는 훌륭한 해결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본인이 고화소가 굳이 필요 없고, RAW로 보정하는 것을 즐기며 이미 28mm 화각을 잘 요리하고 있다면 굳이 Q2로 넘어올 이유는 크지 않다. 가성비 측면에서 Q1은 여전히 현역으로 뛰기에 충분한 바디다. 결국 카메라는 철저히 자기만족의 영역이다. 타인의 기준이 아닌, 자신의 촬영 스타일과 우선순위에 맞춰 선택해야만 가장 후회가 없다.
정리하면, 라이카 Q에서 Q2로 넘어갈지는 '화질'의 문제가 아니라 촬영 방식과 빈도의 문제다. 일상 스냅 중심이라면 Q도 충분하고, 고해상도 활용과 크롭을 염두에 둔다면 Q2가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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