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Q를 영입하고 어느덧 1년이 지났다. 라이카와 후지는 단순히 기계적인 것을 넘어 촬영 메커니즘 자체가 다르다. 이 녀석에게 빠르게 적응하기 위해 어디를 가든 늘 가지고 다니려고 노력했다. 집 앞에 카페를 갈 때도 말이다. 일본으로의 여행을 한 번 다녀오니 드디어 손에 익기 시작했다.
액세서리는 워낙 비싼 탓에 별로 사지 않았다. 아티산 아티스트의 속사 케이스를 하나 샀고, 픽디자인과 호환되는 가죽 스트랩을 하나 샀다. 카메라에 케이스와 스트랩은 필수지 않은가. 1년 정도 써보니 이 카메라의 장단점과 나에게 맞는 카메라인지 어렴풋이나마 알 것 같다.

28mm 화각은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정보가 많다
지난 포스팅에서 28mm 화각이 어색하다고 언급했는데, 몇 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나니, 비로소 이 화각이 가진 진정한 매력을 체감하게 됐다. 28mm는 한 장의 프레임 안에 담아내는 정보의 양이 상당히 많을 수밖에 없는 화각이다. 35mm도 많지만 28mm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다. 따라서 이 화각을 다룬다는 것은 곧 ‘그 방대한 정보를 어떻게 통제하고 배열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정보를 기록하는 성격이 강한 블로그를 할 때 28mm는 훌륭한 도구가 됐다. 광활한 풍경이나 여행의 순간들을 담아낼 때도 좋았지만 좁은 실내 공간에서 특히나 유용했다. 왜 브이로그, 블로거들이 16-30 사이의 화각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지 알겠더라.
하지만, 넘치는 정보는 필연적으로 시각적인 복잡함을 야기한다. 내가 적응하지 못했던 것도 바로 이 복잡함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걸 깨달은 뒤 화면 속 요소들을 균형감 있게 배치하거나, 혹은 의도적으로 불필요한 것들을 덜어내는 연습을 하니 그나마 마음에 드는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래도 여전히 특유의 왜곡은 잘 표현해내지 못하겠다.

정직하다 못해 차가운 화이트밸런스는 ‘흐림‘ 설정으로 극복
솔직히 고백하자면, 나는 라이카의 오토 화이트밸런스(AWB)를 그리 선호하지 않는다. 특히 라이카 Q 시리즈의 AWB는 기준점이 유독 차갑게 설정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눈앞에 머물던 특유의 따뜻함이나 현장의 온기 같은 것들이 결과물에서는 너무 쉽게 사라져 버리곤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그것이 피사체를 정확하게 담아내는 라이카만의 방식이라 할지도 모르겠지만, 라이카 클럽과 같은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나처럼 느끼는 유저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소니의 센서를 쓰기 때문이라고 하더라.
그래서 나는 아주 긴박하게 촬영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면 가급적 오토 화이트밸런스를 멀리한다. 처음에는 매 순간 상황에 맞는 켈빈(K) 값을 수동으로 지정하여 쓰다가, 1년의 시간을 거치며 나만의 해답을 찾았다. 화이트밸런스를 ‘흐림(Cloudy)’ 세팅으로 고정하고 촬영하는 것이다.
화이트밸런스를 ‘흐림‘으로 두면 이미지가 살짝 노란빛을 머금게 되는데, 이 미세한 변화가 큰 보정 없이도 내가 기대했던 라이카 특유의 진득한 색감을 확 끌어올려 준다. 덕분에 후보정의 피로도도 줄일 수 있었다. 다만, 실내조명 아래서 ’흐림’ 세팅을 고집할 경우 사진이 지나치게 노랗게 타버리는 경향이 있으므로, 실내에서만큼은 다시 오토 화이트밸런스의 손을 빌리는 편이다.

아내가 더 사랑하는 라이카 Q의 인물사진, 주미룩스의 마법
카메라를 라이카 Q로 바꾸고 나서 나보다 더 만족스러워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아내다. 사실 라이카 Q에 탑재된 주미룩스(Summilux) 렌즈는 최대 개방(f/1.7) 상태에서 현대적인 렌즈들처럼 칼 같은 선예도를 자랑하는 타입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지점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글로우 현상과 특유의 소프트한 표현력은 인물 사진에서 놀라운 강점이 된다.
피부 톤을 지나치게 사실적으로 묘사하기보다, 마치 얇은 베일을 드리운 듯 부드럽게 감싸 안는 그 질감이 인물 사진에서는 큰 플러스 요인이 되는 것이다. 덕분에 라이카 Q에 대한 아내의 만족도는 아주 높다. 이제는 어딜 놀러 가든 먼저 사진을 찍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
한 번은 아내에게 슬쩍 물어본 적이 있다. “전에 쓰던 후지나 캐논, 니콘보다 이게 더 마음에 들어?” 돌아온 대답은 망설임 없는 “응”이었다. 차마 블로그에 다 공개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던 만삭 사진도 라이카 Q로 직접 담았다. 화려한 스튜디오 조명 없이도, 렌즈 특유의 부드러움이 우리 가족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결과물을 남겨주었다.

이걸로 돈도 벌 수 있을까?
라이카 Q가 손에 완전히 익어갈 때쯤, 문득 이 기계가 가진 한계치가 궁금해졌다. 평소 가끔 진행하는 외주 촬영 현장에 라이카 Q를 슬쩍 투입해 보았다. 결과는 기대 이상.
물론 최신 기종들에 비해 화소(2,400만 화소)가 아주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인쇄 매체가 아닌 디지털 환경에서는 차고 넘치는 수준이다. 오히려 놀라웠던 것은 다이내믹 레인지(DR)의 폭이었다. 데이터가 풍부하게 담겨 있어 후보정이 아주 유연하게 잘 먹혔고, 라이카 특유의 기본 발색이 가진 잠재력은 후보정 단계에서 결과물을 한 차원 더 고급스럽게 만들어주었다. 소니나 캐논처럼 흔히 상업 현장에서 쓰이는 바디들과는 확실히 결이 다른 결과물이 나온다. 직접 필드에서 써보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투입해도 되겠다는 생각이다.

라이카를 향해 깊어지는 확신, 그리고 남겨진 화각의 숙제
라이카를 써볼수록 마음이 기울어간다. 이쯤 되니 본래 사용하던 상업용 메인 시스템조차 라이카로 완전히 갈아탈까 고민 중이다. 상업용 바디인 SL 시리즈는 파나소닉과 협업으로 탄생한 L-마운트 렌즈군이라는 점이 못내 아쉽지만, 그래도 뭐 라이카 아닌가. 결과물에 대한 신뢰는 충분하다.
하지만, 라이카 Q에 대해서는 여전히 마음이 복잡하다. 카메라 자체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데, 1년 내내 적응해 보려 애쓴 ‘28mm’ 화각이 끝내 발목을 잡는다. 내 시선은 자꾸만 35mm를 찾는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Q를 서브로 두고 새 카메라를 들이는 거겠지만, 내 지갑 사정은 그리 녹녹하지 않다. 하나를 얻으려면 하나를 놓아야 하는 상황. 그럼에도 조만간 내 가방 속에 또 다른 빨간딱지가 자리 잡을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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