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 가격이 오르면서 예전처럼 부담 없이 필름을 장전하고 한 롤을 가볍게 소비하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그 빈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운 게 디지털 필름 프리셋이다. 디지털 카메라로 프리셋을 통해 쉽게 필름의 느낌을 구현할 수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은 없지 않은가.
그중에서도 포트라 400 프리셋은 디지털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찾는 프리셋 중 하나다. 검색량도 많고, 실제로 만들어진 프리셋의 수도 유독 많다. 검색하던 사람들 중 하나가 바로 나다.
궁금한 건 못참는 성격이라 직접 세 가지 포트라 400 프리셋을 구매해 사용해봤다. 모두 개성이 뚜렷하다. 라이카 M-P 240을 기준으로 비교해본 후기에 대한 이야기.

왜 포트라 400 필름 프리셋을 가장 많이 찾을까
필름은 디지털과 조금 다르다. 필름 하나 하나마다 저마다 특유의 색감을 가지고 있다. 씨네스틸이나 로모그래피 같은 경우, 누가 봐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포트라 400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단순하다. 채도는 절제되어 있고 대비는 부드럽고 무엇보다 피부톤이 안정적이다. 여행, 일상, 인물 사진 어디에서든 활용도가 높다. 필름인데도 과하지 않기 때문이다. 결과물 뿐만 아니라 감도 측면에서도 필름에서 400이라는 감도는 조리개값이 충분하다면 저조도 상황에서도 충분히 쓸 수 있는 정도다.
최근 포트라 400의 필름 가격은 무려 30,000원이 넘었다. 아무리 필름이 과거와 같은 가격일 수 없다지만 비싸도 너무 비싸다. 이런 이유들로 인해 디지털 프리셋으로 구현할 필름으로도 포트라 400이 가장 많이 선택된다.

라이카 M-P 240으로 비교한 포트라 400 필름 프리셋 3가지
모든 비교는 라이카 M-P 240으로 촬영했으며 최대한 실사용의 느낌을 느낄 수 있도록 프리셋이 제공하는 세팅값에서 노출을 제외한 것들은 크게 건들지 않았다.
1. 일본 사진작가 신노구치의 리트라 400(Lightra 400) 프리셋 사용 후기
리트라 400은 일본 작가 신노구치가 만든 프리셋이다. 그는 일본의 스트릿 포토그래퍼로 필름과 디지털을 병행해서 작업하는데, 자신이 보고 느끼는 포트라 400의 색감을 기준으로 만든 디지털 필름 프리셋이 Lightra 400이다. 작가의 유명세 때문에 나름의 인지도가 있다.
직접 경험해보고 느낀 전반적인 인상은 실제 포트라 400보다 초록기가 조금 더 강한 편이다. 빛은 나라마다 고유의 질감이 다르다. 빛 자체의 질감도 다르겠지만, 빛은 특정 건물이나 조형물에 반사되어 우리 눈에 들어온다. 아무래도 신노구치가 일본을 베이스로 활동하는 작가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본에서 자주 사용하는 컬러의 영향이 프리셋에 반영된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스럽다’는 표현이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일본스러운 포트라 400 필름이다.
참고로, 맑고 쨍한 날씨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색감은 아닌 것 같아 빛이 강한 환경에서는 색이 쉽게 밀리는 느낌도 있다. 차분한 감성은 분명하지만 모든 상황에서 그대로 쓰기에는 약간의 보정이 필요했다. 라이카 Q2와 M-P 모두에서 적용한 결과는 빈티지한 느낌이 M-P에 더 잘 어울렸다.

2. VSCO 포트라 400 프리셋 사용 후기
VSCO는 우리가 아는 그 보정 어플이 맞다. 이들은 라이트룸과 포토샵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료 필름 프리셋 ‘VSCO Film Pack’도 판매한 적이 있다. 19년 3월 1일 부로 판매를 종료해 지금은 구매를 할 수 없다. 나 또한 사진을 처음 공부하던 시기 지인에게 받았다.
여기에 포트라 400 프리셋이 포함되어 있다. 처음에는 꽤 자주 사용했다. 한눈에 보기에는 제법 포트라 느낌이 난다. 다만, 직접 라이카 M6에 포트라 400을 물려 촬영해보고 나니, ‘재현’보다는 ‘흉내’에 가깝게 느껴진다.
당연히 필름이 가진 풍부한 계조를 그대로 재현할 수는 없겠지만, 모든 프리셋들이 그러한 노력은 한다. 하지만, VSCO 포트라 400 프리셋은 톤의 깊이를 만들려기보다 눈에 보이는 색의 변화를 만들어내는데 집중하는 것 같다.
가볍게 쓰기에는 무난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진을 오래 쌓아두고 보기에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다른 프리셋들에 비해 유독 더 대비와 채도가 약한 느낌. 매번 화이트밸런스를 따뜻한 쪽으로 조정해줘야 했다.

3. VGP Portra 400 (베리굿 프리셋, Very Good Preset) 사용후기
VGP Portra 400은 유튜버 Dave Herring이 제작한 프리셋이다. 실제로 디지털 라이카를 베이스로 쓰면서 다양한 필름 프리셋을 만들어서 판매한다. 이 제작자의 영상을 봤을 때 나는 M10P를 사용 중이었는데, 마침 그가 라이카 M10을 사용하고 있어 구매해봤었다.
세 가지 중에서 설정이 제일 디테일하다. 기본 색감에 대한 프리셋은 기본이고 날씨, 조명, 과다노출, 노출부족 등 상황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서브 프리셋들이 있다. 다양한 경우의 수까지 고민하고 만들었다 보니 다양한 상황에서도 톤이 무너지지 않고 일정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다른 것들에 비해 더 깊게 고민하고 만들었구나가 느껴진다.
VGP 시리즈는 실제로 사용하기에도 가장 편리한 프리셋 중 하나다. 프리셋 하나로 보정을 끝내고 싶은 사람에게는 앞의 두 프리셋보다는 VGP 프리셋이 가장 잘 맞는다. 개인적으로는 피부 톤이 과하지 않게 정리되는 이 프리셋이 가장 활용도가 높다고 느꼈다.

포트라 400 프리셋을 쓸 때 반드시 주의할 점
프리셋의 후기들을 보다 보면, 자신이 기대했던 것만큼 완성도가 높지 않다는 후기를 많이 볼 수 있다. 프리셋은 정답이 아니다. 어디까지나 베이스이자 출발점이다.
프리셋을 적용한 뒤 상황에 맞는 조정을 거치지 않으면 사진은 완성되지 않은 것이다. 하물며, 같은 시간대에도 1분 1초에 빛이 다른데 어떻게 단 하나의 설정값으로 보정을 완성할 수 있을까. 프리셋에 너무 의존하다 보면 색감을 바라보는 실력은 늘 수가 없다.
그리고 또 분명한 한 가지. 아무리 디테일하게 조정한다고 한들 디지털과 필름은 엄연히 다른 컬러 체계를 가지고 있다. 디지털로 필름의 느낌을 낼 수는 있겠지만 필름의 결과물을 동일하게 만들어낼 수는 없다.
포트라 400 프리셋, 내 선택과 추천 기준
내 선택은 3번, VGP 베리굿 포트라 400 프리셋이다. 이것이 실제 포트라 필름과 가장 유사해서는 아니다. 세부적인 설정값이 잘 정리되어 있어, 상대적으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을 낼 수 있고 그만큼 비용을 지불할 가치가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각 설정값에 따라 어떤 수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보정에 대한 감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된다. 단순히 결과를 얻는 프리셋 그 이상의 가치가 있다.
프리셋 선택은 촬영 대상과 결과물의 성격에 따라 기준을 나누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참고 차 내 의견을 더하자면 Lightra 400은 일관된 톤으로 일상을 표현하고 싶을 때, VSCO PORTRA 400은 균형감있는 느낌을 내고 싶을 때, 가장 필름 느낌을 내고 싶을 때 VGP 베리굿 포트라 400이 적합한 것 같다.
그리고 쓸 때는 모든 프리셋 동일하게 노출 보정은 한 스탑 정도 높이는 것이 좋고 화이트 밸런스를 +로 조정해 쓰면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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