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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카 사용기

후지 X100V에서 라이카 Q로 : 라이카 입문기

by photogearlab 2026. 1. 8.

지난 3년간 나의 일상을 가장 충실히 기록해 준 카메라는 후지필름의 X100V였다. X-S10으로 시작해 X-T4, X-PRO2를 거치며 후지 특유의 색감과 필름 시뮬레이션에 푹 빠져지 냈지만, 그중에서 X100V는 특별했다. 레인지파인더(RF) 스타일의 아름다운 디자인과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콤팩트함 덕분에 2022년에는 프랑스, 23년에는 영국, 24년에는 일본까지 내 곁에는 항상 X100V가 있었다.

후지 X100V로 촬영한 프랑스 남부 니스 해변의 에메랄드빛 바다 전경과 자갈 해먹 위에서 휴양을 즐기는 사람들의 풍경
X100V와 함께했던 2022년의 프랑스 니스에서의 사진 / PROVIA 필름 시뮬레이션

하지만, 카메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거를 수 없는 격언이 하나 있다. "결국은 라이카." 무슨 카메라를 쓰든 언젠가 한 번은 홀린 듯 빨간 딱지를 찾게 된다는 그 '라이카병'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압도적이었던 라이카 Q의 첫인상

처음 친구의 라이카 Q를 손에 쥐웠을 때의 충격을 잊지 못한다. 후지필름이 정교하고 세련된 '전자제품'이라면, 라이카는 묵직하고 단단한 '기계 장치' 그 자체였다. 손끝에 전해지는 금속의 질감과 조작할 때 느껴지는 매커니컬 한 피드백은 나로 하여금 "이건 직접 써봐야겠다"는 확신을 갖게 했다. 이후에도 후지 X100V를 몇 주간 썼으나 라이카의 임팩트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오히려 잘 쓰던 후지 X100V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한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했다. 결국 3년 넘게 정들었던 X100V를 보내고, 내 손에는 라이카 Q(Typ116)이 들려있었다. 

 

라이카 Q 카메라 상단의 LEICA Q 로고와 렌즈 조작부 디자인의 사진
결국 나의 손에 들어온 빨간 딱지, 라이카 Q (TYP116)

많은 라이카들 중에 왜 하필 라이카 Q였나?

사실 처음부터 라이카를 사려던 것은 아니었다. X100V에 익숙해진 만큼 후속작인 X100VI로 업그레이드를 고민했다. 스펙적인 개선은 물론이거니와 외관이 비슷해 아내에게 들키지 않고(?) 기변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메리트였다.

 

하지만, 제품을 구하기가 힘들었다. 모든 매장은 품절이었고, 200만원 초반대 카메라가 프리미엄이 붙어 리셀가 250만원이라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그 가격이면 차라리 중고 라이카 Q를 살 수 있는 금액이었다. 세상에 라이카라니. 이 가격이면 라이카를 사지. 중고 장터에서 매복한 결과, 나는 운 좋게 200만원이라는 괜찮은 가격에 영입할 수 있었다. 요즘 시세는 230~250만원 선인 듯하다. 

 

오래된 모델이기는 하지만 라이카 Q는 엄연히 풀프레임이다. 크롭 센서와는 공간감의 깊이부터가 다르다. 또한 라이카 Q 시리즈는 신형이 나와도 외관의 디자인 언어가 거의 변하지 않아 구형과 신형의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거기에 지금 시대에 쓰기에도 충분한 성능까지 바꾸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오랫동안 동경해 온 라이카의 세계로 발을 들였다. 

 

자동차 시트 위에 놓인 검은색 라이카 Q. 레늦 후드 끝부분에 미세한 흠집이 보이며, 상단에 빨간색 라이카 로고가 선명하게 드러난 정면 사진.
중고로 영입한 나의 첫 라이카 Q, 세월의 흔적인 후드의 작은 스크래치마저 라이카답다(?)

28mm가 주는 어색함과 풀프레임의 만족도 사이

라이카 Q를 들고 밖으로 나갔을 때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건 화각의 변화다. X100V의 35mm는 인물과 풍경 모두 적절히 담아내는 만능 화각이다. 고작 7mm 차이지만 라이카 Q의 28mm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넓고 광활했다. 담고 싶지 않은 배경까지 담겼고, 피사체에 가까이 다가가면 광각 특유의 왜곡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동시에 f1.7 주미룩스 렌즈가 만들어내는 풀프레임의 심도는 압도적이었다. 28mm의 넓은 시야 속에서도 피사체를 아주 입체적으로 분리해내는 것이 새로웠다. 특히 라이카 Q의 매크로 기능은 음식 사진을 찍을 때 유용했다.

 

여기서는 28mm의 광각이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제로 요리 전문 사진가들이나 셰프들이 라이카 Q를 애용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최근 '흑백요리사 2'에 출연한 나온 손종원 셰프 역시 라이카 Q 시리즈를 사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라이카 Q 매크로 모드로 촬영한 음식의 디테일한 질감 사진
MACRO로 전환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세상이 열린다

입문자가 느낀 라이카 Q의 색감은 "정직함 속에 숨은 진득함"

후지필름은 필름 제조사의 노하우를 살린 고유의 컬러값과 필름 시뮬레이션을 제공한다. 덕분에 보정 없이도 흔히 말하는 '감성 사진'을 쉽게 뽑아낼 수 있다. 반면, 라이카의 결과물은 당황스러울 정도로 정직했다. 정직하다 못해 때로는 차갑게 느껴지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보던 라이카의 사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담백했다.

 

라이카의 진가는 후보정을 거쳐야 드러난다. 풍부한 다이나믹 레인지 덕분에 암부의 디테일을 살리기 수월했고, 발색이 매우 뛰어나고 진득했다. 특히 라이카로 담아내는 노란색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색감 중 하나가 되었다. 출시된 지 10년이 된 바디임에도 현역으로 충분하다.

 

불편한 점이 있다면, X100V를 쓸 때와 달리 원하는 색감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RAW 보정이 필수라는 점이다. 라이카의 모든 바디들이 공통적으로 사진가가 후보정 단계까지 개입하여 결과물을 오롯이 완성하길 원하는 의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X100V를 쓸 때는 급할 때 기본 JPG를 사용하기도 했던 걸 생각하면 이건 좀 불편한 지점이다. 

 

라이카 Q의 선명한 색감 표현이 돋보이는 사진. 노란색 포인트 컬러가 강조된 피사체와 부드러운 배경 흐림 처리
라이카의 노란색 진득한 발색은 진짜 매력적이다.

추가로 참고하면 좋을 것들

  1. 리프 셔터의 이질감 : 라이카 Q는 리프셔터다. X100V 사용자라면 익숙하겠지만, 포컬 플레인 셔터를 쓰던 분들에게 셔터 소티가 상당히 가볍게 느껴질 수 있다. 조작감은 기계적이지만 셔터의 손맛은 없다.
  2. 사악한 액세서리 가격: 카메라는 모름지기 꾸미는 맛이라지만, 라이카 정품 액세서리는 상상을 초월한다. 정품 필터 20만원, 스트랩 30만원, 배터리 역시 20만원을 넘나 든다. 심지어 라이카 정품이 아니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하기까지 하다.

라이카 카메라에 체결된 고급 가죽 넥스트랩의 디테일 사진. 한 땀 한 땀 정교한 스티치와 부드러운 가죽의 질감이 라이카 본체와 조화를 이룸.
비싸긴 하지만 라이카에는 라이카 스타일의 액세서리를 해야 확실히 이쁘다.

그래서 아직도 고민하고 있다면?

4년이 지난 지금, 누군가 나에게 라이카로 기변 한 것에 만족하냐고 묻는다면 내 답은 단연 'YES'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라이카는 분명한 매력이 있는 브랜드이며, 사진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은 꼭 경험해 볼 가치가 있다.

 

물론 라이카 Q가 모두에게 정답은 아닐 수 있다. 각자의 스타일에 따라 줌이 되는 D-LUX 시리즈나 클래식한 M바디가 더 맞을 수도 있다. 충동적인 구매보다는 자신의 촬영 스타일을 충분히 고려해 보고 그에 맞는 바디로 라이카의 세계로 발을 들여보시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