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Q 시리즈는 사실상 '똑딱이 끝판왕'으로 통한다. 그중에서도 Q2는 풀프레임 센서에 범용성 있는 화각, 방진방적, 손떨림 보정에 고화소까지 갖춰 스펙만 놓고 보면 부족할 게 없다. 여기에 중고가 기준 400~450만원이라는 가격은 묘한 환상을 심어준다. 이 정도 거금을 태웠으니 모든 촬영이 편안하고, 어떤 상황에서도 완벽한 결과물을 내줄 것이라는 기대 말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말해 라이카 Q2는 '모든 것을 해주는' 카메라가 아니라 오히려 '많은 것을 의도적으로 덜어낸' 카메라에 가깝다. 이 점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Q2는 비싸고 불편한 카메라로 느껴질 수 있다.
포기 1. 줌 렌즈의 편리함과 '발줌'의 수고로움
라이카 Q2에는 28mm 단렌즈가 고정으로 달려 있다. 줌 링을 돌려 피사체를 당기는 편안함은 깨끗하게 포기해야 한다. 28mm는 생각보다 광각이다. 심지어 특유의 왜곡이 있어서 단렌즈 숙련자에게도 정복하기 쉬운 화각은 아니다. 발줌은 기본이고, 왜곡을 피하기 위한 각도까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앞으로 한 발 더 가는 문제가 아니다. 고해상도를 활용한 디지털 줌 기능이 어느 정도 대안이 되어주긴 하지만, 결국 내 몸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포기 2. 최신 기종의 광속 AF와 동체 추적 성능
Q2로 오면서 AF가 비약적으로 발전했고, 후속작인 Q3는 더 나아졌다고들 하지만 본래 라이카는 AF 성능에 올인하는 브랜드가 아니다. 소니 같은 브랜드의 눈부신 동체 추적 AF를 기대했다면, 일찌감치 포기하는 게 마음 편하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느림이 주는 신중함이 있다. 셔터를 누르기 전 한 박자 멈추게 된다. 그 과정에서 장면을 한 번 더 보게 되고, 셔터를 누르는 찰나의 몰입감이 꽤 매력적이다. 라이카의 모든 바디가 그렇듯, 결과물만큼이나 '찍는 과정'에서 오는 즐거움이 크기 때문에 AF의 아쉬움을 수용하게 된다. 확실히 라이카 바디에는 과정을 즐기게 만드는 힘이 있다.
AF가 조금 느리면 어떤가. 셔터를 누를 때 손끝으로 전해지는 Q2 특유의 셔터감은 그 모든 지루함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리프셔터지만 묘한 쾌감이 있다. 결과물을 확인하기 전부터 이미 좋은 사진을 찍었다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기도 한다.

포기 3. 틸트/스위블 액정이 주는 편안함
내가 썼던 후지 X100V는 틸트 액정을 지원한다. 이거 써보면 생각보다 정말 편하다. 반면 리코 GR 시리즈는 틸트가 없고, Q2 역시 고정형 액정이다. Q3에서는 틸트가 추가됐지만 가격이 너무 비싸다.
결국 고정형 액정 때문에 로우 앵글이나 음식 항공샷을 찍을 때 몸을 더 굽히고 일어나야 하는 물리적 제약이 따른다. 로우 앵글이나 탑다운을 자주 찍지 않는다면 큰 문제는 아니다. 리코에는 없는 훌륭한 EVF(전자식 뷰파인더)가 있어서, 실제 촬영에서 딱히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정 안되면 그냥 바닥에 엎드리거나 의자 위로 올라가 버리면 그만이다. 굳이 틸트나 스위블이 아니더라도 몸만 부지런히 움직이면 다 대체 가능하다. 다만 조금 불편할 뿐이다. 결국 편의성을 포기하는 선택인 것이다.

포기 4. 렌즈 교환의 재미와 확장성
라이카 Q2를 선택했다면 렌즈 교환하는 재미 따위는 없다. 아예 선택지가 없다. 하나로 그냥 끝내야 한다. 망원 렌즈나 초광각 렌즈로 갈아 끼우며 화각의 한계를 넘나드는 행위는 불가능하다. 디지털 크롭 기능이 대안이 될 순 있겠지만, 결국 크롭일 뿐이다. 28mm라는 화각을 오롯이 받아들이고 온전히 사랑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이 카메라와 오래갈 수 있다. 나는 Q typ 116에 이어 쓰고 있지만, 여전히 적응 중이다.
오히려 렌즈 교환이 불가능하다는 제약은 촬영자의 시선을 단순하고 명확하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 어떤 렌즈를 쓸지 고민할 시간에 피사체의 어느 면을 더 깊게 들여다볼지 고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28mm라는 단일 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법을 익히다 보면, 장비의 확장성보다 중요한 것은 촬영자의 시선이라는 본질을 깨닫게 된다.
포기 5. 가벼운 무게와 휴대성
결론부터 말하자면 라이카 Q2의 휴대성은 그리 좋지 않다. 디자인은 예쁘지만 렌즈가 툭 튀어나와 있어 주머니에 넣는 건 불가능하고, 마땅한 파우치를 찾기도 까다롭다. 바디 자체의 두께감도 있다. 여기에 황동 바디 특유의 묵직함까지 더해져 꽤 무겁다.
그런데 이 묵직함이 라이카를 특별하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Q2를 들고 다니다가 후지 X100V나 X-PRO 시리즈를 손에 쥐면, 마치 장난감처럼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차이가 크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단단한 금속의 질감과 신뢰도를 얻은 대신, 가벼운 휴대성은 기꺼이 포기하게 된다.

이 모든 불편함을 기꺼이 감수할 당신에게
라이카 Q2는 성능으로 사는 카메라가 아니라,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 사는 카메라에 가까울 수 있다. 편의성과 확장성을 내려놓고, 수많은 최첨단 기능을 포기했을 때 비로소 보이는 라이카만의 본질적인 가치가 있다. 이 모든 불편함을 알고도 Q2가 계속 눈에 밟힌다면, 당신은 이미 라이카의 늪에 빠질 준비가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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