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부산 여행을 앞두고 카메라 제습함 앞에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라이카 M-P(typ240)와 라이카 Q2 사이의 선택이었다. M바디가 주는 사진을 찍는 재미와 Q2의 편의성 사이에서 무엇을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번 여행에서는 라이카 Q2를 선택했다. 결과부터 말하면, 부산 여행에서 돌아온 지금, 이 선택은 꽤 잘한 선택이었다고 확신한다.

1. 여행용 카메라의 제1조간: 기동성
몇 번의 여행을 다니며 깨달은 명확한 사실이 있다. 여행에서 만큼은 카메라의 성능보다 기동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렌즈를 교환하고, 장비를 꺼내고, 설정을 만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여행의 흐름은 끊기기 마련이다. 가지고 다니기 편한 카메라가 여행에서는 훨씬 중요하다.
사진을 위한 여행이 아니라면, 현장의 분위기를 온전히 즐기면서 찰나를 기록할 수 있는 원바디 원렌즈(One Body, One Lens) 조합이 가장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특히나 부산처럼 이동량이 많은 도시 여행에서 두 대 이상의 바디를 운용하는 것은 신체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꽤나 큰 부담이다.
2. 원바디 원렌즈가 가져오는 변화
렌즈 고민이 사라지면 여행의 시야는 명확해진다. 화각이 고정되면 내가 담을 수 있는 장면의 범위가 정해지고, 그 안에서 최선의 프레임을 찾는 것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런 단순함은 여행 중에 특히 도움이 된다. 걷다가, 멈췄다가, 다시 이동하는 흐름 속에서 순간적으로 장면이 만들어질 때, 복잡한 판단 없이 바로 셔터를 누를 수 있다. 여행을 즐기면서도 찰나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다.
그래서 여행만큼은 나는 똑딱이 카메라를 선호한다. 라이카 Q2를 쓰기 이전에는 후지 X100V가 나에게 그런 카메라였다. 지금은 내 손을 떠났지만 그 역시 최고의 여행 카메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센서의 크기가 상관없다면 D-LUX8이나 SONY RX 100M 시리즈도 좋은 후보다.
이런 기준으로 여행용 카메라를 바라보니, 이번 부산 여행에서 라이카 Q2가 어떤 지점에서 강점으로 작용했는지도 비교적 분명하게 보였다.

3. 라이카 Q2가 완벽한 결정적 이유 3가지
이유 1. 기동성과 편의성에서 부담스럽지 않다
라이카 Q2는 결코 가벼운 카메라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부담스러울 정도로 무거운 카메라도 아니다. 형태 자체가 똑딱이 카메라에 가까워서, 본격적인 촬영 장비를 들고 다닌다는 압박이 적다. 완전 수동 카메라도 아니라 설정에 신경 쓸 일이 많지 않다. 조리개 우선 모드에 두고 조리개 링만 조절하면서 촬영해도 대부분의 상황은 충분히 대응 가능하다.
부팅 속도가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여행 중 셔터 찬스를 놓칠 만큼 느리다고 느껴진 적은 없었다. 결과적으로 사진과 여행 사이의 균형이 잘 맞는다. 사진 때문에 여행을 망치지도 않고, 여행에 집중하느라 사진을 포기하지도 않게 된다. 카메라를 들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여행을 방해하지 않았다.

이유 2. 28mm 화각은 여행에 잘 어울린다
28mm는 분명 광각이다. 담기는 정도 많고, 특정 피사체를 강하게 부각하기에는 쉽지 않은 화각이다. 하지만 여행 기록이라는 관점에서는 오히려 이 점이 장점으로 작용한다. 넓은 화각 덕분에 장면 전체를 있는 그대로 담게 되고, 굳이 프레임을 계산해 가며 애쓰지 않아도 된다. 나에게는 여행의 서사를 담기에 최적의 화각이다.
특히 부산은 골목이 촘촘한 도시라기보다는 지역 단위가 넓고, 바다와 도심이 동시에 펼쳐지는 장면이 많다. 넓게 펼쳐진 광안리 바다를 담아낼 때는 광각 렌즈의 장점이 그대로 드러났다. 이런 환경에서는 28mm 화각은 자연스럽게 어울린다. 또한 부산의 싱싱한 해산물을 담아낼 때에도 라이카 Q2의 매크로 기능은 렌즈 교환 없이도 큰 역할을 한다.

이유 3. 결과물에 대한 신뢰가 여행을 편하게 만든다
조리개 f/1.7의 주미룩스 렌즈가 만들어내는 결과물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다이내믹 레인지도 넉넉해 후보정에서도 여유가 있다. 현장에서 모든 걸 확인하고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이 줄어든다. 그래서 촬영 후 매번 LCD를 들여다보지 않게 된다. 사진이 잘 나왔는지 확인하는 대신,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게 된다. 여행의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기록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여행용 카메라로써 라이카 Q2의 가장 큰 장점이기도 하다.
그리고 Q2는 고화소 바디라 필요하다면 후반에서 크롭으로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발로 다가가거나, 과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툭툭 가볍게 촬영할 수 있는 점도 여행에서는 큰 장점이다. 다이내믹 레인지도 뛰어나 명부와 암부 또한 적지 않게 살려낼 수 있다. 아예 날아가게만 찍지 않으면 된다.

그래서 다시 여행을 간다면 같은 선택을 할까
원바디 원렌즈 여행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모든 장면을 담을 수는 없고, 특정 촬영 목적이 있는 여행이라면 아쉬울 수도 있다. 하지만 사진 여행이 아니라, 여행을 기록하고 싶은 목적이라면 나는 앞으로도 원바디 원렌즈를 유지할 것 같다. 결과물의 퀄리티까지 함께 고려한다면 라이카 Q2는 여전히 거의 유일한 선택지에 가깝다. 물론 모든 여행에 정답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 여행에서도 나는 다시 이 카메라를 들게 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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