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릿 사진은 준비된 장면을 찍는 사진이 아니다. 사람은 예고 없이 나타나고, 장면은 짧게 머물다 사라진다. 이때 카메라의 세팅이 흔들리면 셔터를 누르기도 전에 장면이 끝나버린다. 라이카 Q2는 세팅 자유도가 상당히 높은 카메라다. AF로 촬영할 수도 있고, 존 포커싱으로 거리 값을 고정해 둘 수도 있다. 조리개와 ISO를 자동으로 둘 수도 있고, 모두 수동으로 제어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 자유도가 준비 없이 쓰이면 오히려 판단을 늦춘다는 점이다.
반대로, 미리 기준을 정해두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세팅이 정리된 상태에서는 셔터만 눌러도 일정한 결과를 얻을 수 있고, 촬영 중에는 장면에만 집중할 수 있다. 라이카 Q2의 진가는 이 지점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아래는 몇 차례 스트릿 촬영을 반복하면서 현재 정착한 Q2의 세팅이다. 정답이라기보다는, 지금 내 촬영 방식에 가장 잘 맞는 조합에 가깝다.

1. 조리개 우선 모드로 촬영
조리개, 셔터스피드, ISO를 모두 수동으로 제어하는 방식은 스트릿 사진과 잘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장면이 빠르게 변하는 상황에서 매번 값을 조절하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현재는 조리개 우선(A 모드)을 사용한다. 셔터스피드와 ISO는 자동으로 두고, 조리개만 직접 조절하는 방식이다.
- ISO: 자동 / 최대 3200, 흑백 촬영 시에는 6400까지 허용
- 셔터스피드: 최소 1/125 설정
셔터스피드 하한선을 1/125로 둔 이유는 Q2의 고화소(4,730만 화소) 특성상 미세한 떨림도 결과물에 큰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 아래로 내려가면 손떨림 확률이 체감상 확실히 높아진다. 광량이 충분한 낮에는 1/250도 무리 없다. 이렇게 설정해 두면 노출의 큰 틀은 카메라가 책임지고, 나는 조리개를 통해 초점 범위와 장면의 밀도만 조절하면 된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장점은 노출을 계산하거나 셔터스피드를 확인하는 대신, 프레임 안으로 들어오는 사람과 빛의 흐름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트릿 사진에서는 이 짧은 판단 차이가 곧 결과물의 차이로 이어진다. 세팅이 단순해질수록 셔터를 누르는 타이밍은 빨라지고, 그만큼 장면을 놓칠 확률도 줄어든다.

2. 조리개는 f/8~f/11 위주
스트릿 사진에서는 특정 지점에만 정확히 초점을 맞추는 것보다, 장면 전체가 자연스럽게 읽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조리개는 f/8에서 f/11 사이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조리개를 조이면 초점이 맞는 범위가 넓어진다. 그만큼 초점에 대한 부담이 줄고, 장면 전체가 가진 현장감도 살아난다. 사람, 배경, 빛의 관계가 한 프레임 안에서 동시에 정리되는 느낌이다. 이 설정은 존 포커싱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다. 초점 거리와 조리개만 잘 맞추면, 셔터를 누르는 데 망설일 이유가 거의 없다.
3. AF와 존 포커싱 중에는 AF를 활용
스트릿 사진에서 존 포커싱이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거리를 정해두고 같은 규격으로 장면을 받아내는 방식은 여전히 강력하다. 다만, AF가 되는 상황에서 굳이 사용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라이카 Q2의 AF가 아주 빠른 편은 아니지만, 스트릿에서는 충분히 실용적인 수준이다. Q2의 28mm 주미룩스 렌즈는 AF-S에서도 충분히 신속하며, 특히 '필드(Field)' AF 모드를 활용하면 구도 잡기가 훨씬 수월하다.
고화소 센서와 크롭 활용을 함께 고려하면, AF로 두고 초점은 바디의 성능에 맡기는 쪽이 오히려 유리한 경우도 많다. 실제로 촬영해 보면 초점이 어긋나는 사진은 체감상 50장 중 한 장 정도다. 그 정도는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넘긴다. 모든 프레임을 완벽하게 통제하려는 욕심은 스트릿 사진에서는 오히려 방해가 된다.
물론, AF와 존 포커싱의 선택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취향의 문제일 수도 있다. 스스로 얼마나 통제할 것인지, 어디까지를 카메라에 맡길 것인지에 대한 개인의 선호 말이다. 나는 그 균형을 지금은 AF 쪽에 두고 있을 뿐이고, 이 선택 역시 촬영 경험에 따라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4. 노출 보정은 뒷면 휠로 빠르게
측광 방식은 상황에 따라 언제든 흔들릴 수 있다. 어떤 측광을 사용하든 모든 장면에서 완벽할 수는 없다. 기본적으로는 하이라이트가 날아가지 않도록 찍는 쪽을 선호한다. 대비가 심한 상황에서는 뒷면 휠을 사용해 노출을 -1 또는 -2 스탑 정도 낮춘 뒤 촬영하고, 후보정에서 필요한 만큼 끌어올린다. 라이카의 센서는 하인라이트 복원력보다 암부 복원력이 좋기에 의도적으로 언더로 찍는다. 이 방식이 현장에서는 훨씬 빠르고 안정적이다. 노출 계산에 시간을 쓰지 않아도 되고, 장면을 놓칠 가능성도 줄어든다.
5. 모든 설정은 유저 프로파일로 저장
위의 설정들은 모두 유저 프로파일로 저장해 두고 사용한다. 라이카 Q2는 스트릿뿐 아니라 일상, 여행까지 폭넓게 사용할 수 있는 카메라다. 상황별로 세팅을 미리 프로파일에 저장해 두면, 프로파일을 바꾸는 것만으로 촬영 모드를 전환하는 것과 같다. 결과적으로 촬영 흐름이 훨씬 단순해진다. 카메라를 켜는 순간부터 이미 준비가 끝나 있는 상태다. 이게 스트릿 사진에서는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그래도 세팅은 도구일 뿐, 중요한 것은 시선
슬램덩크의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처럼, 세팅은 어디까지나 보조 수단이다. 어떤 사진을 찍고 싶은지, 무엇을 프레임 안에 담고 싶은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다. 다만, 그 고민을 방해하지 않도록 준비된 세팅은 필요하다. 시선이 먼저 가 있고, 손이 망설이지 않을 때 비로소 만족스러운 사진이 나온다. 라이카 Q2의 세팅은 그 지점을 조금 더 쉽게 만들어주는 도구일 뿐이다.
라이카 Q2 1년 사용기 다시 보기
라이카 Q2로 스트릿 사진을 찍으며 느낀 점 (1년 사용기)
스트릿 사진을 한다고 하면 여전히 라이카 M이나 리코 GR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그동안 가볍고, 빠르고, 거리에서 눈에 띄지 않는 카메라들이 스트릿 사진의 정답처럼 여겨져 왔다. 그런데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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