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카 M-P와 Q2는 성격이 전혀 다른 카메라다. 그래서 이 둘을 놓고 어느 쪽이 더 좋으냐를 따지는 건 큰 의미가 없다. 장르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라이카의 현대적 기술이 집약된 Q2와, 디지털 M의 과도기적 매력을 간직한 M-P 240은 공존할 때 비로소 라이카 라이프가 완성된다. 사실 Q2로 못 찍는 사진도 거의 없다. 빠르고, 정확하고, 결과물도 안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M-P를 함께 운용하고 있다.

1. 수동 카메라가 주는 재미
Q2는 사실상 완성에 가까운 카메라다. 그만큼 촬영 과정에서 내가 개입할 여지는 많지 않다. 설정의 상당 부분을 카메라에 맡기게 되고, 나는 반응만 하면 된다. 효율적이고 편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재미는 적다.
반면 M-P는 모든 것을 내가 의도해야 한다. 초점, 거리, 조리개, 타이밍까지 전부 직접 결정해야 한다. 어렵고, 결과도 자주 어긋난다. 촬영하다 보면 ‘이걸 왜 굳이 하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Q2로는 초점이 나간 사진을 찍기가 더 어렵지만, M-P로는 초점이 살짝 빗나간 사진이 오히려 흔하다. 그럼에도 계속 쓰게 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의도한 대로 맞아떨어졌을 때의 쾌감이 상당하다. 결과물이 좋지 않아도, 그 과정 자체가 주는 만족감이 있다.
예전에는 이를 실패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흐릿함조차 그날의 분위기를 담은 하나의 표현으로 받아들인다. 사진을 ‘얻는다’기보다 ‘만든다’는 느낌에 가깝다. 모든 것이 선명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것, 그것이 내가 M 시스템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2. 경쾌한 셔터 소리
이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다. Q 시리즈는 리프셔터 특유의 정숙한 소리로 촬영된다. ‘찍’ 하고 끝난다. 이게 매력이기도 하지만 반면 M-P는 분명한 ‘찰칵’이라는 소리가 난다. 셔터를 누르는 순간 황동 바디 내부에서 울리는 묵직한 기계음이 매력이다. 이 진동은 사진을 찍는 '손맛'을 완성한다. 그 감각이 좋다. 사진을 찍고 있다는 행위를 분명하게 인식하게 만든다. 결과와 상관없이, 이 셔터 소리 때문에 M-P를 들고나가고 싶어질 때도 있다.
3. 진정한 레인지파인더의 손맛
EVF로 보는 세상과, 이중상 합치식 파인더로 보는 세상은 다르다. Q2는 EVF를 통해 결과에 가까운 이미지를 보며 촬영한다. 반면 M-P는 파인더 안에서 현실과 프레임이 겹쳐진 상태를 본다. EVF는 찍힐 장면만 보여주지만, M-P의 광학 파인더는 프레임 라인 밖의 상황까지 동시에 보여준다. 프레임 안으로 곧 들어올 사람이나 차를 미리 인지하고 셔터 타이밍을 기다리는 과정은, 마치 사냥꾼이 매복하는 것과 같은 긴장감을 준다. 이는 카메라가 세상을 잘라내는 도구가 아니라, 세상과 연결되는 창이라는 느낌을 준다.
심지어 셔터를 누르는 순간에도 블랙아웃 없이 피사체를 계속 응시할 수 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셔터를 누르는 행위가 끝이 아니라, 장면을 끝까지 바라보게 만든다. 이 차이 때문에, Q2로는 얻을 수 없는 집중의 방식이 생긴다. 그리고 그 방식이 M-P를 곁에 두게 만든다.
4. 올드 렌즈부터 현행 렌즈까지
M 바디는 렌즈 교환식 카메라다. 그리고 M 마운트는 필름 시절부터 현재까지 거의 그대로 유지되어 왔다. 수십 년 된 올드 렌즈부터, APO 같은 최신 렌즈까지 선택지가 매우 넓다. 흔히 ‘렌즈질’이라고 부르는 또 다른 재미가 여기서 나온다. 렌즈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사진의 성격이 크게 달라진다. 표현의 자유도가 크다. Q2가 완성된 하나의 도구라면, M 시스템은 계속 조합해 나가는 도구에 가깝다.
특히 90년대 생산된 올드 렌즈를 마운트 했을 때, M-P 240의 센서는 현대적인 렌즈가 줄 수 없는 독특한 플레어와 부드러운 화질을 선사한다. 나는 보케킹이라고 불리는 4세대 주미크론 렌즈를 쓴다. Q2의 주미룩스 28mm가 보여주는 '칼 같은 선명함'에 눈이 피로해질 때쯤, M-P에 보케킹을 물려 찍는 부드러운 사진들은 시각적인 휴식이 된다.
5. 그럼에도 왜 하필 M-P (Typ 240)인가
M-P는 오래된 바디다. 화이트 밸런스는 불안정하고, 명부와 암부도 쉽게 날아가는 편이다. 최신 바디에 비하면 분명 불리한 점이 많다. 그럼에도 특유의 진득한 컬러 렌더링이 있다. 특히 해가 질 무렵의 골든아워나 비가 온 뒤의 젖은 아스팔트를 찍어보면 M-P 240의 진가가 드러난다. 최신 센서들이 화이트 밸런스를 너무 정확하게 잡아버려 현장의 온기까지 지워버릴 때, 240은 그날의 공기색을 그대로 머금은 채 결과물을 내놓는다. 암부에서 배어 나오는 푸른 기운과 하이라이트의 따뜻한 옐로 톤의 대비는 후보정으로 흉내 내기 힘든 이 바디만의 고유한 영역이다.
만약 M 바디 하나만 써야 했다면 M10 계열을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Q2를 사용하고 있기에, 색감 자체가 전혀 다른 장르를 경험해보고 싶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좀 더 자세히 다뤄보려고 한다.


결론: 결과물보다 과정을 사랑하게 만들기 때문에 함께 쓴다
나에게 사진은 항상 같은 목적을 갖지 않는다. 어떤 날은 기록이 목적이고, 어떤 날은 행위 자체가 목적이다. 효율만 따진다면 Q2가 정답이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행위’ 그 자체를 즐기고 싶을 때는 M-P가 더 잘 맞는다. 그래서 나는 목적에 따라 두 카메라를 병행한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쉽지 않을 것 같다. 서로 겹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도 두 대를 함께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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